천사(1004)
2020. 9. 22. 12:10
오늘 추분(秋分)
추분(秋分)은 24절기 가운데 열여섯째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도 그만큼 깊어 진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추분의 의미는 이것이 다일까? 아니다.
철종실록,10년(1859년)기록에 보면 임금께서 성문의 자물쇠를 여는데 대해 의견을 모으라고
하시면서 종치는 시각은 예부터 전해오는 관례에 따라 정하여 행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추분 뒤에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를 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 기록처럼 추분 날 종 치는 일조차 중도의 균형 감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날이 추분이므로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곳에 덕(德)이 있다는 뜻의 중용과 일맥상통하는 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며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한자 말로 향이라고 한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이며.
한여름 뜨거운 해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에 진한 향기를 잉태한다.
이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아갈 때 진한 향기가 진동 하기도 한다.
또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 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를 수그리는 것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이렇게 추분은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