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글

담쟁이 - 詩:도종환

천사(1004) 2020. 9. 9. 20:36
 



담쟁이 - 詩: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