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생이라 해서 한 생명이 어찌 천하가 아니겠는가
배고픈 천사나 배부른 강도나 살갗이 터지도록 사는 일은
하나같이 겹고도 겨운 일일게다.
오일이 막 떨어질 자동차처럼 오르막 오르기 힘든 겨울
낮이면 햇살이 안쓰럽고 밤이면 창문마다 불빛 고운 집이 없다
만사형통한 날에는 일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할 수 있는
깊숙하고 그윽한 그대 명철한 이여
멈춰선 영혼의 건반 위에 눈이 내리고
아무 낙이 없을 시절은 분명 닥치리니
빗밋한 언덕길 불 빛 흐린 집 앞을 총총걸음으로 지나치지 말라
사계절을 맨발로 서서 더운 계절이면 작은 자의 우산이 되고
추운 계절이면 새둥지 품는 길상스런 나무처럼
깃 푸르고 마음이 따스한 그대여
봄은 가장 먼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해올 것이니
세상에 모든이여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