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산책

황순원의 소나기 소설 중에서

천사(1004) 2014. 4. 11. 17:40

 

 

 

 


       이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밭으로 갔다
       낮에 봐 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 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섬뜩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리 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 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디뎠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근동에서 제일 가는 이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게 들어있었다.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타 앞자락만 바라다 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냈다. 그날 도랑 건널 때 내가 업힌 일 있지?
       그때 네 등에서 옮은거야."


      -황순원  <<소나기>> 중에서- 

       


       석이는 개울가에서 서울서 전학온 윤초시의 증손녀 연이를 만난다.  

       연이는 석이와 친해지려고 하나 석이는 피하기만 하는데

       석이도 연이가 며칠동안 보이지 않자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석이와 연이는 단풍구경을 갔다가 소나기를 만난다.

       

       둘은 원두막에서 소나기를 피한 다음 무사히 돌아오나

       몸이 약한 연이는 열병을 앓게 된다.

       몸이 나은 연이는 개울가에 나와 석이를 만나자

       읍내로 이사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날 석이는 덕쇠 영감님네 호두를 따서

       연이에게 주려고 개울가로 달려가나

       연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서당골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연이의 죽음을 알려주자

       석이는 소리없이 울음을 삼킨다.

       

       베를린 영화제 수상 작품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 예민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어주고 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담그고

       언제쯤 그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위에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 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