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의 향기

담쟁이 - 詩:도종환

 



담쟁이 - 詩: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詩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자리  (0) 2019.10.04
홀로 서기 - 詩:서정윤  (0) 2019.10.04
남겨둘 줄 아는 사람  (0) 2019.07.13
낙화(落花)  (0) 2019.07.07
만남과 이별  (0) 201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