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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가을비 내리는 저녁이다

    봄비는 나긋나긋하다 살며시 내리는듯 하기에 그렇다 비인듯 안개인듯 내리는 봄비는 맞아도 질척이지 않는다 가슴의 체온으로 마르기 때문이다 여름비는 사뭇 장쾌하다 호방하기는 해도 별 감흥이 없다 거칠어서... 가을비는 냉정한 느낌이다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한다 가을비 한번에 옷 한 겹 더 입어서 그럴 것이다 추적거리는 가을비가 옷깃 속으로 스며들어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을 끌어 들인다 사랑은 참 미묘하다 물론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어떤 식으로든지 상처를 주거나 혹은 받는 것이 사랑인데.. 상처를 준 사람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 이 이해하기 힘든 역설은 가을비에 잘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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