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나긋나긋하다
살며시 내리는듯 하기에 그렇다
비인듯 안개인듯 내리는 봄비는
맞아도 질척이지 않는다
가슴의 체온으로 마르기 때문이다
여름비는 사뭇 장쾌하다
호방하기는 해도 별 감흥이 없다
거칠어서...
가을비는 냉정한 느낌이다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한다
가을비 한번에 옷 한 겹
더 입어서 그럴 것이다
추적거리는 가을비가
옷깃 속으로 스며들어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을 끌어 들인다
사랑은 참 미묘하다
물론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어떤 식으로든지
상처를 주거나 혹은 받는 것이 사랑인데..
상처를 준 사람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
이 이해하기 힘든 역설은
가을비에 잘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