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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잊혀저가는 첫사랑의 추억

밤사이 혼과백을 외출 시켜놓고 잠을 자고 있을 때 나무가지를 수 없이 훑어 버려 번들거리게 빗물은 계속해서 흘러 내렸나 보다 시골 오지에서 이름모를 들꽃처럼 자라 사랑의 까막눈이던 천사에게도 예쁜 첫사랑의 추억이 있었다 그 첫사랑이 그립다 오늘처럼 날씨가 꼼지락 거리는 날 나홀로 사색을 즐길 때 생각만해도 미세한 떨림이 오는 첫사랑이 생각난다 이상도 해라~ 첫사랑이 영글어 갈 땐 추억이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흐린날의 기억속으로 희미해저간다 꿈많던 시절, 어느 따사로운 봄날 하얀 면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까만 안경테 그 속에 가려진 지적인 눈매,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사람이였다 오밀조밀한 청주 시내 한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 이음악를 듣고 가게에 들어가 LP 레코드판을 사 들고 나와 멋지게 싸인해서 내 손에 쥐어주던 사람, 음악 취향이 나와 비슷했었다

 

                      
          청주 사직 터미널 사진관 아저씨 만나 눈도장 찍으면 둘이 결혼해서 잘 살아야되 하며 격려해 주셨고 사직시외버스 터미널앞 꼬진상가 2층 중국집에 마주앉아 자장면을 달게 먹던 기억, 상고머리에 우유빛 하얀 얼굴, 상큼한 땀냄새 모두 그리운것들..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 삼베옷 쌈지 주머니에 고이접어 간직해서 가져갈것 들, 그때는 하늘이 항상 파랬고 바람은 늘 신선했다 빨랫줄에서 금방 말린 옷을 입었을 때 비릿한 비누 냄새와 시냇물의 이끼 냄새, 그리고 나일론 빨래줄에 걸친 바지랑대를 연상케하는 따사로운 앞마당 같은 느낌이었다 천사는 그 사람에게 졸필의 짤막한 편지를 썼지만 그 사람은 뛰어난 명필체로 길게길게 일주일에 세통씩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 주었다 사랑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그에게 군입대 영장이 나왔고 괴산 증평 시외 버스터미날에서 눈물을 흠치며 나 기다려 줄거지? 이 한마디 남기고 그는 나라의 부름를 받고 군용버스에 몸을 실었다 헤어질 운명인지 나와 인연이 아니였는지 그 사람은 우리나라 최전방 면회도 안되는 강원도 화천의 육군 제3605 부대에 배치 되었고 말년 휴가 몇개월 앞두고 천사는 남편에게 발목 잡혀 결혼을 했고 첫사랑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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